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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지원으로 2024년도 하반기 기획전시 <풀로부터 삶은 느끼다!>2025114일까지 진행한다.

전통과 현대, 국내외의 풀짚공예작품 112점과 삶의 지혜와 자연의 감성을 담은 그림책을 통해 풀과 사람의 오랜 관계와 서로 비슷한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본다. 삶의 활기와 역동성이 담긴 풀짚공예문화, 엮음과 짜임을 통한 상호관계성, 다름이 어울려 선사하는 다양성을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획전시이다.

우리의 삶은 풀과 많이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풀은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처럼 끊임없이 영양을 취하고 생장한다. 타는 듯한 가뭄과 비바람의 고난을 이겨내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거리는 풀은 마치 인간사 희노애락의 모습을 그리는 것과 같다. 각각의 풀은 저마다의 모습과 생장속도로 땅 속의 유기물, , 바람, 다른 동물 등과 관계를 맺으며 꽃을 피워내고 살아가는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고유한 삶의 패턴을 그려낸다.

선조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 왔다. 풀과 짚은 탄생으로부터 죽음까지 인간이 필요한 자원이었기에 산과 들에 퍼져 있는 풀로 농사를 짓고 남은 짚을 이용해 생활용구를 만들어 삶을 채워 왔다. 전시에서는 인간의 생애 주기를 통해 사계절을 이겨내고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풀의 모습이 담긴 풀짚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

 

[12각 호족반과 사기그릇] 이 작품은 소반의 다리가 호랑이 다리처럼 날렵하게 생겼다 하여 호족반이라 부른다. 다른 이름으로는 나주반이 있다. 반이 넓은 것은 식사용, 반이 넓으면서 다리가 높은 것은 각종 예식에 사용되었다.

[갯바구니] 해녀들이 사용하던 사각 바구니로 손잡이가 달려 있다. 갯벌에서 조개와 굴 등 어패류를 채취해 담는 데 활용한다. 기본적으로 둥글지만 항아리 모양 등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씨앗 둥구미] 곡식의 씨앗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둥구미이다. 입구가 좁아 쉽게 손을 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누룩틀] 흰 누룩틀이라는 뜻의 백면기라고도 불렀다. 술을 빚는 데 필요한 누룩을 만들 때 사용했다. 사용하기에 적당한 속틀을 만들고 짚이나 닥나무로 새끼를 꼬아 촘촘히 감았다.

[청려장] 명아주대를 재배해 만든 지팡이에 붉은 칠을 했다. 가볍고 튼튼해 노인들에게는 편하다. 청려장은 예로부터 환갑을 맞은 노인의 선물로 널리 이용되었고 장수한 노인의 상징으로 여겼다.

[표주박] 농가 지붕 위에 놓인 둥근 박이나 호리병박을 반으로 타서 삶은 다음 껍질을 말려 만들었다. 흔히 물을 퍼내는 데 쓰였으며 합근례(합환주를 마시는 예식)에도 사용됐다.

[왕골부채] 편죽 기법으로 만들어 튼튼함을 더했다. 더위를 몰아내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여름철 선물로 으뜸이다. 풀을 엮어 만든 부채는 팔덕선이라 불리며 주로 농부들이 사용했는데, 여기서 팔덕이란 습기를 제거하는 덕, 깔고 자는 덕, 비를 피하는 덕, 햇빛을 가리는 덕 등을 포함한 여덟 가지 덕을 의미한다.

풀도 사람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연결해가며 엮어지는 풀들은 단단하고 아름다운 구조를 구현한다.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지는 패턴은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세상을 상상하게 한다. 

[박다위] 여러 줄을 하나의 날로 잡고 별도의 줄로 사이사이를 연결해 가면서 엮은 것이다. 짐을 묶어 어깨에 멜 때 사용하는 끈이다. 박다위는 를 일컫는 다회라는 말의 변화인 것으로 추정되며 넓은 끈이기에 붙여진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각 지방에 따라 질빵, 멜빵이라 불리운다.

[망태기] 그물매듭으로 엮은 망태기. 끈부분에 예날 엽전이 매달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재물이 들어오라고 단 것일 테다.

[씨앗과 포자낭] 쐬뜨기는 씨앗 대신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로, 쇠뜨기란 이름은 소가 잘 먹는 풀이라고 하는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줄기에 달린 포자낭을 풀짚공예로 표현한 작품과 목련열매를 말린 표본이다.

[<규칙과 변화>] 3줄 꼬아 엮기를 한 줄은 바로 엮고 그 다음 줄은 반대로 엮는 것을 반복한 작업이다. 일정한 규칙으로 엮음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감성의 경험이 불규칙한 변화를 요구하면서 하나의 형상으로 돌출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 어디에도 잡초는 없다. 저마다의 모습과 성질의 풀들은 각자의 특별함과 고유성으로 세상을 채운다. 한눈에 비슷하게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다. 다채로움은 또다른 가능성을 불러오고 서로 다름의 풍부한 어울림은 새로운 창의적 세상으로서의 문을 열어준다.

[<다른 문화와의 조화 : 어울림>] 한국 전통 채반 형상에 미국 네이티브 아메리칸 체로키족의 전통 문양을 넣어 제작했다. 체로키족은 북아메리카의 원조 민족이면서 유일하게 고유의 문자를 가졌던 문명화된 부족이다.

[<동물들의 합창>]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개, 기린, , 낙타, 사슴 등의 모양으로 엮었다. 버려질 수 있는 재료지만 사람의 손과 노력이 합쳐지면 멋들어진 소품이 된다.

[채반과 광주리] 채반은 바닥이 평평해 뜨거운 음식을 식히거나 음식 재료를 말리는 데 쓴다. 농가에서는 7월에 농사일을 끝낸 다음 싸리를 베어다가 찍개처럼 날카롭게 생긴 나무로 껍질을 훑어 큰 껍질은 큰 채반을 만드는 데 쓰고, 작은 껍질은 작은 채반을 만드는 데 쓴다. 싸리의 껍질을 훑는 시기는 7월이 적기로, 이때가 지나면 싸리의 물이 말라 껍질이 잘 훑어지지 않는다. 하얀 꽃이 피는 쪽싸리 껍질로도 채반을 결었으나 채반이라는 명칭은 싸리채로 결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광주리는 깊이와 안전감이 있어 튼튼하고 크기가 커 채소나 과일을 보관하거나 이동하는 데 썼다. 광주리는 주로 감자, 고구마 따위 농작물이나 곡식 따위를 나르거나 담아서 말리며, 과일이나 생선 따위를 담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이를 광주리 장수라고 불렀다. 공기가 잘 통하는 데다 무게가 가벼워서 곡물이나 음식을 담아 두거나 나르기에 편하다. 크기별로 여러 벌을 겹쳐서 한 곳에 걸어 둘 수 있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도 높다.

 

전시에서는 풀짚공예와 그림책을 통해 풀과 사람과의 오랜 관계를 찾아 나선다. 광주시 오포 도서관 그림책동아리에서 소개하는 그림과 글 속에서 풀과 함께 생명의 활기와 역동성, 관계, 다양성을 느껴볼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고, 공예고, 활동인 것 같다. 짚풀공예로 서로 공존하며 사는 게 어ᄄᅠᆫ 건지를 알 수 있다. 자급자족의 생활과 더불어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예술 향유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가 누릴 수 있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문화고 예술이지 않을까.”

황여림 학예실장의 말처럼 풀짚공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이고 공예활동이다. 젊은 층들은 익숙하다지만 나이가 들수록 온통 널려 있는 키오스크와 비대면 어플은 피자 하나를 시키기도, 택시 하나를 잡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기계를 알지 못하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문화 또한 점점 손을 뻗지 못하게 되고 움츠러든다. 당연했던 것들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진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풀짚공예는 손재가 없어도, 나이가 많거나 어려도, 아는 게 없어도 할 수 있다. 짚과 풀, 나의 두 손만 있으면 된다.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하다 보면 대단하진 않아도 그럴듯한 작품 하나를 만들 수 있다. 풀짚공예로 나오는 작품들은 단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 100명의 다른 사람이 똑같은 짚과 풀을 가져다 만들어도 100개의 다른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짚풀공예라 하면 대개 짚신 정도의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짚풀은 다른 공예 재료들처럼 얼마든지 다양한 소품들과 생활용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칫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풀짚공예엔 사실 진짜 유니크함이 숨겨져 있다.

 

김서진 기자

 

출처 : [현장스케치] 풀과 사람의 끈끈한 관계로 엮어낸 짚풀공예의 유니크한 멋, 풀짚공예박물관 《풀로부터 삶을 느끼다!》展 - 핸드메이커(handmaker) (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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