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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인류의 풀·짚문화




무화과 나뭇잎을 엮어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는 에덴동산 이야기와 같이 인간은 태초부터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 나뭇잎과 식물의 줄기를 이용하면서 문명은 시작되었다. 과거 자연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던 풀ㆍ짚 문화는 가을 들녘에 쌓인 볏짚, 밀짚, 억새 등의 풍성함 속에서나 그려지는 추억이 되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함께 들이나 산에서 풀을 거두어들이고 갈무리한 짚을 이용해서 지붕을 올리고 담을 치고, 생활도구를 만들고 가축의 사료나 퇴비는 물론 땔감으로도 이용되었던 자연친화적인 생활이 사라졌다. 벼농사가 많은 평야지대는 짚 일을 하고 산간지역은 나무와 풀을 이용하고, 늪이나 강가에서는 버들이나 골 풀로 물건을 만들어 쓰던 그 시절은 누구나 장인이었다. 만든 솜씨는 조금씩 달랐어도 자연물을 이용해서 묶고 매고 엮는 본능적인 기능만은 글로벌하게 소통된 풀ㆍ짚 문화이지만 소임을 다하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소비생활로 인해서 역사적인 자료나 공예 적인 가치를 인식하기도 전에 태워지고 버려진 문화이다. 


우리가 옛것을 쉽게 잊고 있을 때 필요성과 실용성은 물론 예술성을 인정받는 바구니 세공법(Basketry)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계속됐다. 2016년 제9회 프랑스 파리 장애인 기능올림픽 ‘바구니 만들기’ 종목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로 세계의 기능강국임을 인정받았어도 석연치 않은 마음은 떨칠 수가 없다. 프랑스는 전통문화를 학교교육으로 체계화하여 재료재배나 제작기능과 디자인교육이 이루어졌고 조상들이 사용해온 버들의 종류를 다양한 성질과 색상별로 개발해서 창작활동과 상품제작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미국은 전통바스켓의 보존과 교육발전을 위한 대규모의 <BASKET WEAVER GUILD OF OKLAHOMA> 정기행사에 전 지역의 공예인들이 참여한다. 2013년 엑스포(EXPO)센터(14회)를 찾았을 때는 커다란 홀에 300여 명이 넘는 참여인원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흘 동안 숙식하면서 진행되는 대회장 한쪽에선 바스켓 전문서적과 지역별로 특색 있는 전통재료와 도구와 소품들을 전시 판매하듯이 역사는 짧아도 자연과 함께 했던 조상(인디언)의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즐기는 공동체 활동이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풀ㆍ짚 문화가 사라진 상태에서 유럽으로부터 영향받은 바스켓 트리를 섬유 미술 분야로 확장하여 40여 년 이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필리핀도 지역생산품인 ‘아바카’와 다양한 식물소재를 응용한 국제전시 <MANILA FAME>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마치 바나나 나무와 같은 열대식물인 ‘아바카’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 디자이너들에 의해 가구나 종이, 섬유, 생활용품, 인테리어용품 등으로 개발되었다. 이번 전시는 아바카 종이로 만든 현대적인 용기와 장식 벽지의 창조적인 멋에 감탄되듯이 세계인들의 관심은 환경을 의식한 자연친화적인 활동에 집중되었고 동서양의 생활문화는 하나로 소통되는 시대이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도 민족의 정서를 드러낸 풀ㆍ짚 문화가 존재한다. 과거 대나무나 갈대, 칡이나 싸리, 버들로 생활용기를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했고 전국에서 생산된 왕골자리나 인초자리는 국가의 최고 진상품으로 상납된 기록도 있다. 오늘날 왕골로 자리를 매고 삼이나 모시풀로 옷감이나 떡, 차 등이 개발되었어도 식물의 특성과 기능에 대한 연구가 확장되지 못한 채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각 지역에서 재배되는 모시나 삼, 왕골의 폭넓은 응용과 함께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식물자원에 관심을 두고 자연에 내재된 소소함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풀ㆍ짚 문화연구가 필요하다.


전성임 경기도박물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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