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12.28 일자

by pulzip posted Dec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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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년12월28일자 풀짚공예박물관 기사내용

 

예부터 우리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초가지붕, 짚신, 멍석, 바구니 등의 재료로 쓰이며 민초들과 동거동락해온 풀과 짚. 그 소박한 재료들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광주시 오포에 자리 잡은 '풀짚 공예 박물관'이다.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고 다양한 민속체험까지 가능한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동심(童心)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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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풀짚 공예 박물관 기능체험 교실에 참가해 모시 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이지혜, 민현성 어린이(왼쪽부터) / (아래) 바구니, 짚신 등 옛 소품으로 가득한 풀짚 공예 박물관

 

■ 발품 팔아 배운 풀짚 공예 기술

"처음엔 단순히 취미로 여러 가지 공예를 배웠어요. 그러다가 20여 년간 엮음공방을 운영했죠. 정식으로 박물관을 개관한 건 2008년이랍니다." 30년 가까이 풀과 짚에 푹 빠져 살다 아예 풀집 공예 박물관을 연 전성임(62)관장. 평범한 주부였던 전씨가 풀짚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건 등공예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던 즈음부터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오는 등나무가 아닌 우리 땅에서 나는 천연 재료들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 그 이유란다.

"4년간 정말 미친 듯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자료를 수집하고 재료를 채취하다 보니 풀짚문화기술을 제대로 전수해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더라고요."

거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전성임 관장은 시골에 살고 있는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히며 악착같이 배웠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체계화시킨 기술과 작품을 한데 모아 만든 공간이 지금의 풀짚 공예 박물관이다.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우리 풀짚 공예의 우수성을 인정해줬어요. 미래 사회에서도 분명한 경쟁력을 지닌 분야라고 자부합니다."

이것이 2009년 필라델피아 크래프트(CRAFT)쇼와 2010년 시카고 소파(SOFA)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은 후 전씨가 갖게 된 확고한 신념이다.

 

■ 전통 비질 등 다양한 체험 가능해

우연히 지나던 길에 안내 표지판을 보고 방문했다는 김영연(36·분당구 서현동)씨는 "그동안 아이에게 옛 문화를 경험시켜주기 위해 북촌과 인사동, 대학로까지 갔었다"며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고 평소에 해보기 어려운 체험이 가능해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한다.

198㎡(약 60평) 남짓한 박물관은 다양한 민속유물과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이곳은 주루목(심마니들이 쓰는 망태기), 망태기, 짚신, 미투리(삼, 노 등으로 만든 신) 등 조상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전시된 민속관과 창작품 위주의 현대관으로 구별된다. 전시되어 있는 소품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볼 수 있는 '생활체험'의 경우 입장료(고등학생 이하 1000원, 대학생 및 성인 2000원)만 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직접 풀짚 공예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능체험'의 경우는 사전 예약을 한 후 따로 참가비(어린이 1만원, 성인 2만원, 20인 이상 단체 할인 가능)를 내야 한다.

친구와 함께 모시 빗자루 만들었다는 이지혜(11·서현초4) 어린이는 "재밌고 신기하다"고 말문을 연다. "아무 쓸모없어 보이던 풀들이 제 손을 통해서 멋진 작품이 됐어요. 집에 가면 이걸로 직접 책상을 쓸어볼 거예요."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판매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풀과 짚을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다는 브로치, 팔찌, 귀고리, 휴대전화 줄 등은 그 재료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형색색 고운 자태를 뽐낸다. 처음엔 전시만 하다가 문의가 너무 많아 아예 판매대를 따로 만들어놓았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 가격대는 5000원부터 2만원대까지 다양하다.

 

■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 무료 방문교육도 인기

현재 박물관에서는 풀짚 공예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풀짚 공예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입소문 덕에 섬유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는 물론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초보자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 총 10회로 운영되는 기초 과정 프로그램과 기본 20회로 진행되는 전문가 과정을 마치면 연구 과정을 이수한 후 사범증을 받게 된다. 일 년에 한 번씩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찾아가는 박물관'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찾아가는 박물관'은 사전 공고를 통해 유치원이나 학교의 신청을 받은 후 선정된 기관에 전문 강사가 직접 찾아가 무료로 일일체험 학습을 지도하는 방문교육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