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 Maker] 풀짚공예박물관 2022 하반기 기획전 '자연‧소리‧조화'展

by pulzip posted May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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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짚공예박물관 2022 하반기 기획전 '자연‧소리‧조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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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소리‧조화'전시 포스터/ 풀짚공예박물관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풀짚공예박물관의 2022년 하반기 기획전 '자연‧소리‧조화'가 오는 6월 1일 개최된다.

'자연‧소리‧조화' 기획전은 풀짚을 활용한 민속품이 창작 공예작품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 공동체를 이루고자 마련됐다. 오늘날 잊혀져 가는 풀짚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과거의 풀짚공예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쌓아 올린 전통의 맥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전통 민요인 포항 흥해농요를 접목해 새로운 전시 문화를 생성한다. 물레 소리, 베틀짜는 소리가 미니 콤포넌트 오디오를 통해 전시장에 울려 퍼지고 영상 모니터 속 흥해농요보존회 회원들의 공연 장면을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옛 선조들에게 풀짚은 농촌의 농사도구로, 어촌의 어업도구로, 산촌의 망태기로 재탄생하며 일상적 삶을 영위하는 도구로 용이하게 쓰였다. 현재의 풀짚공예는 과연 어디까지 창조됐을까.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기반의 창작활동에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 예술적 대안까지 풀과 물, 빛과 인간의 지혜가 조화를 이룬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제1부 자연

 

쑤기, 화승 / 풀짚공예박물관

삼태기형 바구니 / 풀짚공예박물관

풀짚공예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물을 이용해 의식주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가며 발전했다. 풀과 짚을 이용해 집을 짓거나 농사도구, 조리용구 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예기술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인류공동체는 각 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맞는 도구를 만들었고 이는 곧 문화 정체성으로 이어졌다. 전시 제1부 '자연'은 농촌, 어촌, 산촌의 원초적인 생활용구들을 통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본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사짓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 모내기와 물대기 등 힘든 노동의 결실로 곡식이 여물면 쌀과 잡티를 키로 걸러 분리한 후 볏짚으로 만든 쌀가마니에 보관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백로에는 이슬치기를 입고 옷이 이슬에 젖는 것을 방지하는 생활의 지혜를 발휘했으며 마을이 어둠에 잠기면 화승에 기름으로 불을 댕겨 밝은 환경에서 작업을 계속한다.

어촌에서는 쑤기로 물고기를 잡아 고기바구니에 담고, 산촌에서는 잡풀을 망태기에 담아 산을 내려왔다. 나물바구니에 담긴 쑥과 산나물은 비빔밥과 나물 무침으로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어둠이 뒤덮인 시골마을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이처럼 풀짚을 활용한 도구들은 이 모든 자연과 함께 했다.

제2부 소리

전시 전경 /풀짚공예박물관

반짇고리, 물레 /풀짚공예박물관

풀짚공예는 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논매는 소리, 볏단 나르는 소리, 길쌈과 베틀 짜는 소리는 민중들의 애환을 녹였다. 농사와 직조 작업에는 많은 노동력과 인내심이 요구되는데, 이 고통을 소리로 풀어내는 소리꾼들은 가슴에 맺힌 속상함이나 아픔을 즐거운 신명으로 모두 풀어냈다.

농촌여성들은 거칠지만 매끄러운 손길을 통해 탄생하는 풀짚공예의 소리로 마음의 응어리를 풀었다고 한다. 가족들의 옷을 만들기 위해 베틀을 짜거나 물레를 돌릴 때 울리는 소리는 여성들의 삶의 노곤함을 씻어줬으며 자리틀의 고드랫돌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집안 전체로 울려 퍼지며 아름다운 선율로 완성됐다.

인간의 삶과 소리는 따로 떨어질 수 없다. 자연은 소리와 어울리며 가슴 아프고 마음 시린 일들을 풀어내는 동시에 아름답고 윤기 흐르는 예술품을 만들어낸다. 자연과 인간은 소리를 통해 하나가 되며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한다.

제3부 조화-현대공예예술

Flower, 생성 /풀짚공예박물관

탈춤 /풀짚공예박물관

오늘날의 풀짚공예는 과거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활동으로써 현대적인 삶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자연의 관찰과 모방으로부터 재창조되는 자유로운 표현들이 반영된 새로운 현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Flower>는 푸른 잎으로 둘러싸인 꽃봉오리가 맑은 기운을 받아 활짝 펴질 때, 떨리는 우주의 숨결을 표현한 작품이다. 다섯 손가락을 펼친 듯한 모양의 이 작품은 창조적 예술성이 손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왕골과 삼을 소재로 한 <생성>은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날 위축되고 좌절감에 젖은 인간의 모습과 생채기가 난 고목에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자연의 새 물결을 동시에 담은 작품이다. <탈춤>은 왕골로 제작된 작품으로, 사람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파란색과 붉은색은 입술 모양을 띄며 탈춤을 연희하는 등장인물들의 옷 색깔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풀짚민속품은 삶의 터전 주변에서 채취한 식물로 만들어졌다. 필요에 의해 일상에서 사용되었던 민속품들은 자연 소재의 비정형화된 무늬와 색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제작과정에서 기능의 단순성을 탈피하기 위해 무늬를 넣고 염색을 하면서 창작공예활동으로 발전시켰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기후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형태에서 시작되는 풀짚공예 활동은 이 시대 자연의 세계를 새롭게 탐구하고 창조해갈 수 있는 예술 분야로 재조명될 것이다.

풀짚의 다양한 쓰임과 예쑬성을 통해 공예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 '자연‧소리‧조화'는 오는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풀짚공예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곽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