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짚공예 박물관 동호회 활동] 지역별 기능과 재료, 생활 환경 조사

by pulzip posted Jul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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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짚공예 박물관 동호회 활동]

지역별 기능과 재료, 생활 환경 조사

 

1. 시대적 변화

인간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절실했던 풀짚 공예 활동은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뒤늦게 자연파괴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조금씩 의식한다 해도 여전히 생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소비와 환경파괴로 인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과 함께 불편함을 잊고 익숙하게 살아가는 자연인들의 모습은 TV에서나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의 생활은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진 채 문명의 편리함에 안주해 있고 모든 것은 좀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환경과 생태계를 지배적으로 변화시킨 시대를 인류세(人類世:호주 바닷속 아주 깊은 곳에서 채취한 물질을 근거)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탄소증가, 대기, 해양, 토양오염, 생물의 다양성 감소와 멸종, 플라스틱, 콘크리트, 핵폐기물 등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들이 지층에 쌓여서 발생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바꾸어 버리는 존재가 되어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조상들의 생생한 삶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과거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노동 활동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지혜의 순간들을 찾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희망도 있는 것이다.

 

2.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풀짚공예

기초 공예 활동이었던 풀짚공예는 생활 주변의 식물을 채취해서 방석. 멍석. 둥구미. 삼태기. 똬리 등을 만들어 부족한 삶을 충족시켜주던 생활문화이다.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자연물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전시, 교육하는 풀짚공예박물관은 우리 민족 공동체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초적인 교육을 터득하고 인근 지역의 식물과 기능을 찾아다니면서 느림의 시간에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다. 과거 계급적이었던 공예 활동이지만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완초 공예로부터 풀짚공예 분야도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까지도 전국에서 재배되고 생산하였던 왕골이지만 지금은 보급이 제한적이라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박물관에서는 왕골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2019년 강화도 화문석 문화관을 탐방했다. 문화관에선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된 문화상품인 장신구나 전통공예품들의 변화를 살피고 체험을 한 후 강화도의 구석구석을 조사 다니면서 습도가 높은 섬 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들이나 골풀, 용수초 등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구성된 동호회 활동의 시작으로 재방문하게 된 강화도의 완초 공예 활동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으나 공예품으로의 수요확장은 전국 어디에서나 다르지 않았다. 동호회 회원들은 생활 주변에서 자생하고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찾아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고 사용하다 수명이 다되면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보낼 수 있는 생태적인 순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의 생활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찰은 물론 여기저기서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를 얻어 껍질을 벗기고 쪼개서 작업하고, 부들이나 골풀 종류를 이용하거나 민들레 줄기를 모아서 섬세한 작업을 구상하기도 한다. 길가에 흔한 원추리 잎으로도 작업이 가능한 것을 실험하고 집 마당에 무심히 자란 파초잎 줄기가 너무도 소중한 소재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회원들의 창작 활동이다. 풀짚 공예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공동체 활동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3. 동호회 활동

동호회 활동은 매년 한 해 동안 만들어 놓은 작품을 모아 정기적인 전시회를 개최하고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전국의 무형문화재와 장인을 찾아다니며 풀짚공예 분야의 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훼손되지 않은 식물의 군락지를 찾아다니면서 지역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식물을 채취하기도 한다. 2021년 결성된 동호회는 평택에 사는 동호회 회원 집 근처 휴유지(休有地)에서 해마다 부들을 채취해서 건조한 후 자리나 둥구미를 엮는다. 탐방 2차시엔 강화도 중요무형문화재를 재방문하여 왕골공예 체험을 하고 20247월은 홍성 지방문화재 댕댕이 장인 백길자 씨 댁에서 댕댕이 공예 체험을 했다. 3차시 견학은 2025614-15(12) 멀리 떨어진 전라남도 담양과 나주지역 탐방을 계획하였다. 회원들은 고창, 인천, 안양, 용인, 이천, 퇴촌 등 전국에서 새벽부터 서둘러 담양에 도착한 후 대나무 공예박물관을 견학하고 명인의 공방에서 대나무 공예 체험을 마친 후 죽녹원을 방문하였다. 담양의 울창한 대나무 숲을 산책하면서 담양은 다른 동남아시아와 비교해 봐도 손색없는 대나무 특산지로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90년대 새벽 장날을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담양을 경험하였던 그 시절의 어설픈 모습과는 너무도 달리진 지금의 담양의 모습은 대나무와 관련된 자료가 잘 정리되고 보존되어 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둘러서 짚공예 분야에 오랜 경험과 경력이 있는 장인을 만나기로 약속된 나주로 출발하였다. 70대 후반인 김*철 씨는 나주가 고향이고 어려서부터 어르신들이 만들어온 김치광이나 움막집, 생활공예품 종류를 그대로 기억하고 만들어 내는 솜씨를 인정받으면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동호회 회원들은 인정받지 못한 채 그분의 지난 시간이 멈춰져 있는 집으로 찾아가 많은 대화와 함께 진열해 놓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남다른 정성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해 놓았으나 문양을 내기 위해 사용한 부속 재료가 쉽게 삭는 풀이라서 작품이 손상된 것에 모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없었던 대형 강아지집을 짚으로 만들어서 개인 기도실로도 사용했다는 장인의 솜씨는 탁월했다. 파손된 실물을 현장에서 본 것과 같이 자연소재를 사용하는 풀짚공예 활동은 무심히 사용한 식물로 인해 작품성의 한계를 드러낸다. 무조건 식물을 사용하기보다는 식물에 성질을 알아보고 사용해야 하며 작품의 보관을 잘못하면 쉽게 좀이 슬거나 습도에 의해서 삭아서 부서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식물은 마르면 부서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공예용으로 선택되는 재료는 좀 더 견고해야 하고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보존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자연물(自然物)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짚공예 탐방을 마치고 일찍이 사라진 나주의 골풀 문화를 연구 조사해온 허*구 연구원님과 연락이 되어 나주 명물 곰탕집에서 점심 초대까지 받았다. 나주 영산포는 과거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최초의 골풀 공예촌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골풀 자리를 짜는 사람도 없거니와 골풀 재료를 재배하는 곳도 없어서 나주에서 한창이었던 골풀 공예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960년대 말 한참 왕성했던 골풀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운 허*구 연구원님은 골풀 자료를 정리해서 e-book에 저장해 놓은 것이 유일한 골풀의 흔적인 것 같아서 탐방을 계획했었다. 기대와는 달리 특별한 수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김*철 씨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과거 가까운 산 주변의 골짜기에서 자라던 재래종 인초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모두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 보니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골풀 무더기가 있었다. 과거 생산을 위해서 재배하던 골풀과는 달리 억세고 가늘게 자란 골풀을 채취할 수 있었던 일은 모두에게 보람된 시간이었다. *구 연구원의 말로는 지금 우리나라에선 자취를 감춘 골풀 공예이지만 대만이나 일본에선 아직도 왕성한 공예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골풀 공예 분야라고 하며 그들의 활동은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동호회 회원들은 책임 있게 한발씩 접근해 나가야 하는 우리의 풀짚 공예 분야임을 재차 확인하고 돌아온 시간이었다.

 

강화도 체험.jpg

<강화도 체험>

 

부들채취.jpg

<부들 채취>

 

댕댕이 체험.jpg

<댕댕이 체험>

 

죽세체험.jpg

<죽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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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공방(김*철)>

 

나주 골풀 산지 현장학습.jpg

<나주 골풀 산지 현장학습>